
대만에서는 언어가 바람처럼 흐른다.
아침에 시장에서 아주머니가 대만어(타이위)로 “매운 거 넣을까?” 하고 묻고,
회사에서는 모두 자연스럽게 중국어로 바꿔 말한다.
저녁에 텔레비전을 켜면 뉴스 앵커의 또렷한 보통화 발음이 흘러나온다.
언어의 전환은 이제 대만 사람들의 일상이자 세대의 흔적이 되었다.
1. 언어의 흐름과 변천
청나라 시대, 대만에는 원주민과 복건·광둥에서 온 한족 이주민이 함께 살았다.
그들은 민난어(타이위)와 하카어를 들고 와 자신들의 문화와 함께 뿌리내렸다.
그 시절 거리에는 세 가지 언어가 공존했다 — 타이위, 하카어, 원주민어.
일제강점기(1895~1945)에는 일본어 사용이 강제로 시행되었다.
학교에서는 일본 노래를 부르고 일본어로 작문을 써야 했다.
그 세대의 노인들은 지금도 일본어로 숫자를 세며 농담을 한다.
그들에게 언어는 기억이자 역사다.
전쟁이 끝난 뒤, 국민정부가 들어오며 “국어 운동”이 시작되었다.
학교에서는 모국어 사용이 금지되고,
아이들은 대만어 대신 중국어로 대답해야 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던 시절,
집 안에는 작은 거리감이 생겼다.
민주화 이후, 사회는 다시 “모국어의 가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라디오에서 대만어 방송이 들리고,
드라마 속에서도 대만어 대사가 자연스럽게 섞인다.
한때 금지되었던 언어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2. 오늘의 대만, 공존하는 언어들
현재 대만의 주요 언어는 중국어(국어) 다.
북경어를 바탕으로 하지만 발음은 더 부드럽고, 억양은 따뜻하다.
대만은 여전히 번체자(繁體字)를 사용하며,
사람들은 그 복잡한 글자에서 세월의 깊이를 느낀다.
대만어(타이위)는 시장과 부엌, 가족의 대화 속에서 살아 있다.
“오바상(おばさん, 아주머니)”, “변소(便所, 화장실)” 같은 일본어 외래어도 남아 있다.
남부의 타이위는 부드럽고 길게, 북부는 조금 빠르고 명료하게 들린다.
많은 사람에게 타이위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고향의 향기다.
하카어는 타오위안, 신주, 먀오리 등지에서 여전히 쓰인다.
하카인들의 강한 보존 의식 덕분에,
하카TV와 학교 수업을 통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원주민어는 대만의 산과 바다에서 울리는 노래다.
16개 부족이 각자의 언어를 지니고 있으며,
그 말에는 조상과 땅, 신령과의 연결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모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순간, 그 언어는 다시 살아난다.
3. 세대의 목소리, 언어의 온도
부모 세대는 대만어로 꾸중하고, 하카어로 담소했다.
우리 세대는 중국어로 일하고, 명절에만 대만어를 꺼낸다.
아이들은 중국어로 TV를 보고, 영어로 유튜브를 본다.
언어가 줄어들수록 그 가치는 더 커진다.
시장 한켠에서 노인이 “소년아, 채소 잘 골라 가!”
하고 외칠 때, 그 말의 온기는 어떤 언어로도 번역되지 않는다.
4. 언어 속의 대만
대만에는 불필요한 언어가 없다.
각 언어가 각자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누군가는 대만어로 아침을 주문하고,
누군가는 중국어로 뉴스를 전하며,
누군가는 영어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그 다양한 소리들이 모여 지금의 대만을 만든다.
언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시간이 남긴 흔적이며 우리를 기억하게 하는 목소리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통해 세상은 대만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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